장식음의 발전
장식음이 기보 되었는가 아니면 즉흥 연주되었는가의 여부는 작곡가에게 달려있기도 했지만, 일반적으로는 나라와 음악 장르에 따라 결정되었습니다. 바로크 시대 장식음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한 나라로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을 들 수 있습니다. 이탈리아는 음악에서의 바로크 시대를 연 나라로, 초기 바로크 장식음의 발전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나라입니다. 이탈리아 음악에서 장식음은 '표현'과 관련된 것으로, 노래를 부를 때에나 악기를 연주할 때에나 항상 수반되어야 했던 필수적인 요소였습니다. 반면 프랑스인들에게 장식음은 취향의 문제였습니다. 프랑스인들은 어떤 연주자의 연주가 듣기 좋게 느껴지는 것은 그 연주자가 장식음을 적절하게 배치하여 연주하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했고, 그럴 경우 그 연주자는 좋은 취향을 가진 연주자로 평가되었습니다. 독일인들 역시, 장식음은 좋은 연주의 기포가 되며, 장식음을 적절히 사용할 경우 연주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1. 이탈리아의 장식음
이탈리아 학자들은 1600년대 초기 이후로는 장식음에 대한 언급을 회피했습니다. 당시 이탈리아의 악보에는 장식음 기호가 불과 볓 개 밖에 사용되지 않았고, 이나마도 거의 대부분 표기되지 않았습니다. 당시 학자들은, 훌륭한 음악가라면 언제, 어떤 종류의 장식음을 연주해야 할지 알고 있기 때문에 작곡가들이 장식음을 일일이 표기할 필요가 없으며, 더욱이 예술성은 기보에 의해 소통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장식음 기보는 시도할 가치 조차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악보에 장식음을 기보 하는 것을 '낯설고 유치한 관습'이라 결론지은 것을 보면, 당시 이탈리아인들이 장식음에 대해 어떠한 태도를 가졌는지를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이탈리아 양식의 음악에서 장식음 연주는 그 음악이 성악이든, 기악이든 많은 부분 연주자의 기호와 역량에 맡겨졌습니다.
2. 프랑스의 장식음
프랑스의 경우, 17세기 초기에는 많은 작곡가들이 매우 제한된 종류의 장식음 기호들만을 사용하는데 만족했고, 그 외의 더욱 창조적이고 다양한 장식음들을 연주할 수 있는 선택권은 연주자들에게 위임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륄리나 쿠프랭과 같은 작곡가들은 장식음들을 정확하고 꼼꼼하게 기보 하였습니다. 특히 륄리는 주 선율은 정확하게 기보한 반면, 장식음 기호로는 유일하게 트릴만을 사용했습니다. 륄리 사후, 작곡가들은 다른 여러 가지 장식음 기호들을 사용하긴 했지만, 륄리의 영향으로 연주 시 긴 장식은 피하게 되고, 대신 아그레망이라 불리는 작은 규모의 장식음을 주로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점차적으로 프랑스 작곡가들은 다양한 종류의 장식음 기호를 사용하여 장식음들을 꼼꼼하게 기보함으로써, 연주자들의 장식음 사용을 통제하기 시작하였는데, 이러한 통제는 건반 음악에서 더욱 엄격하게 이루어졌으며, 쿠프랭이 그 대표적인 작곡가입니다. 프랑스 양식의 음악, 특히 건반음악을 연주할 때, 연주자들은 작곡가가 기보 해둔 것 이외의 장식음은 첨가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3. 독일의 장식음
17세기 초, 독일의 장식음은 동시대 이탈리아 장식음을 모방한 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바로크 초기, 이탈리아 음악은 전 유럽 음악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는데, 특히 독일은 다른 어느 나라보다 강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17세기 장식음에 대한 이론적 자료들은 거의 대부분 이탈리아에서 기원한 것으로, 거의 성악과 관련된 것이었습니다. 이 자료들은 카치니, 몬테베르디와 같은 초기 바로크 이탈리아 음악가들의 혁신을 독일에 전하기 위한 의도로 만들어진 것이었습니다. 이후 18세기 초반에 이르면, 프랑스의 장식음 사용법이 독일에 알려지게 되면서, 프랑스의 영향력은 급속히 커지게 되는데, 특히 건반악기에 있어서의 영향력은 이탈리아를 능가하게 됩니다. 그리고 바흐 시대에 이르면, 독일의 장식음은 이탈리아와 프랑스 양식 장식음의 영향을 동시에 받습니다. 18세기의 독일의 문헌들을 살표 보면, 두 종류의 장식음 즉, 이탈리아와 프랑스 양식의 장식음들이 주로 언급됩니다. 이탈리아 양식의 성악 음악을 연주할 경우, 연주자들은 정교한 장식음들을 즉흥으로 연주한 반면, 프랑스 양식의 건반 음악을 연주할 경우, 연주자들은 악보에 기보 되어 있는 장식음을 그대로 정확하게 연주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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