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예술 여행

프레이징(Phrasing)과 아티큘레이션(articulation)

by 솔직담백한J. 2020. 5. 8.

음악에서는 함축적이면서도 미묘한 패턴들이 내재하고 있는데, 이러한 내재적 패턴들이 실제 연주에서 들릴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수단이 바로 프레이징과 아티큘레이션입니다. 따라서 연주자는 효과적인 프레이징(Phrasing)과 아티큘레이션(articulation)을 통해 소리의 흐름을 적당한 단위들로 분리함으로써 음악에 최대한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프레이징(Phrasing)

연속된 음들을 적절한 단위로 그룹짓는 프레이징은 거의 인식할 수 없을 정도로 미미하게 나타날 수 있고, 아주 뚜렷하게 드러날 수도 있습니다. 연주자는 적절한 프레이징을 통해 작품이 가지고 있는 의미와 구조가 청중에게 들릴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만약 어떤 작품이 부적절한 프레이징으로 연주된다면, 그 음악의 효과적인 표현은 절대로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프레이징의 의미는 음악에 있어 매우 본질적인 것임에도 불구하고 명확하게 표현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기보를 통해 프레이징을 제시하려는 시도는 극히 드물게 이루어졌으며, 이러한 이유로 프레이징 이론은 아직까지도 다소 주변적이고 부차적인 문제로 남아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연결선이나 페르마타 등의 몇 가지 예외가 있긴 하지만 그 이외에 프레이징을 기보하려는 시도는 사실상 거의 없었으므로, 프레이징과 관련된 해석은 바로크 음악을 연주하려는 현대의 연주자에게 다른 어떤 것보다도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임이 분명합니다. 

 

프레이징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연결되어야 할 것과 분리되어야 할 것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입니다. 같은 의미에 속하는 착상들은 하나로 연결되어야 하므로 분리되어서는 안 되며, 반대로 하나의 음악적 의미가 끝나고 새로운 것이 시작된다면 설령 쉼표가 지시되어 있찌 않더라도 서로 다른 착상들은 분리되어야 합니다. 우선 연주자는 무엇이 음악적 의미를 만드는지, 그리고 무엇이 함께 연결되어야 하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하며, 그러한 음악적 내적 의미를 왜곡하지 않고 정확하게 청중에게 전달해야 할 것입니다. 

 

건반악기의 경우 한 프레이즈의 끝에서 마지막 음은 부드럽게 손가락을 들어올림으로써 가장 효과적으로 표현될 수 있으며, 다음 프레이즈의 첫 음은 더 강한 터치로 연주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한 방법으로 두 프레이즈 사이에는 약간의 휴지가 생기게 되는데, 그것은 앞선 프레이즈의 마지막 음으로부터 얻어지는 것입니다. 또한 표현적인 이유로 어떤 음이나 쉼표가 악보에 적혀 있는 원래의 길이보다 다소 연장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예를 들어, 느리거나 보통 빠르기의 곡에서 쉼표는 종종 원래의 길이보다 더 길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티큘레이션(articulation)

아티큘레이션은 음들의 시작과 끝이 어떻게 처리되어야 할지를 결정하는 다양한 양상들을 포함하는 것으로, 셈여림, 템포 등과 더불어 프레이징에 있어 가장 핵심이 되는 요소라 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바로크 음악은 일반적으로 매우 불충분한 프레이징으로 연주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은 연주자가 프레이징을 이해하지 못해서라기보다는 필요한 프레이징을 위해 어떠한 아티큘레이션을 적용해야 하는지를 알지 못하기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아티큘레이션 표시는 기보사에 있어 상대적으로 늦게 나타납니다. 아티큘레이션 표시들은 17세기 이전에는 극히 드물었으며, 바로크 시대 전체를 통해서도 거의 기보되지 않았습니다. 더욱이 좀 더 현대적인 유형의 아티큘레이션 표시들이 더 일반화되었던 18세기 후반까지도 그 적용 방법이 일정치 않았으며, 의미 또한 모호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17세기부터 발전한 프레이징 이론은 18세기에 들어서면서 수사학적으로 적용되기 시작하였고, 그에 따라 더욱 다양한 종류의 아티큘레이션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아티큘레이션은 새로운 표현적 목표와 연관되었으며 이러한 수사학적 기법은 이후로도 계속해서 강조되었습니다. 결국 아티큘레이션이 지니고 있는 미묘하면서도 복잡한 특성은 기보자체를 어렵게 만들었고, 따라서 아티큘레이션은 이해하기 쉬운 기보 형태로 전해지기보다는 구전되었습니다. 이러한 측면이 바로 현대의 연주자들이 당시의 음악을 만족스럽게 재현하는데 있어 흔히 실패하는 요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정확한 아티큘레이션을 성취하는 것은 연주자들의 직관에 의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며, 결국 현대의 연주자에게 당시의 관습을 이해하고 그에 따라 적절한 아티큘레이션으로 연주할 수 있는 능력은 바로크 연주에 있어 필수적인 요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예술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슈베르트가 사랑한 음악극  (0) 2020.05.11
장식음의 발전  (0) 2020.05.09
독일에서 가장 크게 발달한 오르간  (0) 2020.05.08
'하프시코드' 와 '클라비코드'  (0) 2020.05.07
바로크 시대의 음악가들  (0) 2020.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