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간
성당이나 큰 교회의 안쪽에 배치되어 있으며 신도들이 앉아있는 중앙 홀을 웅장한 소리로 압도하는 거대한 악기가 있습니다. 바로 오르간이라는 악기인데요, 악기의 크기에 가려 연주자가 잘 눈에 띄지 않아 저절로 소리가 나는 듯한 환상적인 악기입니다. (오르간을 우리는 흔히 파이프 오르간이라고 부르며 풍금=하모니움 'Harmonium' 이나 전자오르간과 구별합니다.) 오늘날 오르간의 기초는 이미 16세기에 확립된 것으로, 바로크 이후 제작된 오르간들도 바로크 시대에 제작된 오르간들과 많이 다르지 않습니다.
오르간은 2-5단의 손으로 연주하는 건반과 발로 연주하는 페달 건반, 여러 크기의 파이프들, 스탑 장치, 바람 상자(wind chest), 풀무(bellow) 등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구조 못지않게 작동하는 방법도 매우 복잡한데, 그 기본적인 원리는 건반을 누르면 건반과 연결되어 잇는 파이프의 마개가 열려 그 속으로 공기가 빠져나가면서 소리가 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오르간 뒤쪽에는 길이가 5m가 넘는 것부터 15mm짜리 초소형 파이프까지 수많은 파이프들이 촘촘히 들어서 있습니다. 이 파이프들은 음색이나 음높이 별로 그룹 지어지는데, 한 그룹의 파이프들은 하나의 스톱이라는 장치에 함께 연결되어 있습니다. 스탑은 건반 바로 옆에서 당기거나 밀어서 조작할 수 있는데, 이 스탑 조작으로 건반과 연결되어 있는 수많은 파이프들 중 하나의 그룹이 열리면 건반을 누를 때 이 열린 파이프가 울려 소리를 냅니다. 파이프들은 저마다 음색과 음높이가 다르기 때문에 스톱을 바꾸어 다양한 음색과 음높이를 소리 내거나 여러 개의 스탑을 선택하고 결합함으로써 음량과 음색에 변화를 줄 수 있습니다. 두 손뿐만 아니라 두 바를 다 사용해 연주하면 오케스트라에 못지않은 풍부한 음향을 낼 수 있습니다.
파이프가 울려서 소리 나는 악기이기 대문에 관악기이기도 한 오르간은 다른 관악기들과 달리 사람이 입으로 바람을 불어넣을 수 없기 때문에 바람을 불어넣을 송풍기가 필요합니다. 현재는 전기 모터를 사용해 바람을 일으키지만, 전기 송풍기가 발명되기 이전에는 풀무를 이용해 오르간의 바람 상자에 바람을 채웠습니다. 바로크 시대에는 사람이 발로 밟는 풀무를 사용했습니다. 따라서 오르간이 소리 나기 위해서는 건반을 연주하는 주자 외에 풀무질을 하는 사람들이 여러 명 더 있어야 했습니다.
바로크 시대에 오르간은 이탈리아, 프랑스, 네덜란드, 독일 등지에서 각기 특색 있게 만들어졌지만 특히 독일 지역에서 가장 크게 발달하였습니다. 특히 바로크 후기에는 질버만(G. Silbermann, 1683-1753), 슈니트 거(A. Schnitger, 1648-1719) 등과 같은 훌륭한 제작자들의 출현으로 오르간은 화려한 전성기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이탈리아에서 스트라디바리와 같은 제작자들 덕분에 바이올린 음악이 눈부시게 발달하였듯이, 질버만과 슈니트 거 같은 제작자들은 바흐와 북스테후데(D. Buxtehude, c.1637-1707), 파헬벨(J. Pachelbel, 1653-1706) 등으로 대표되는 독일 오르간 음악의 발전에 큰 공헌을 하였습니다.
바로크 시대에는 교회의 대형 오르간뿐 아니라 이동 가능한 포지티브 오르간(Positive organ)과 포터티브 오르간(Portative organ)도 많이 제작되었습니다.
- 포지티브 오르간 : 일반 오르간보다 작은, 여러 사람의 힘으로 이동할 수 있는 크기의 오르간이며, 크기는 매우 다양하다. 책상만 한 크기의 것부터 이동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것까지 있다. 연주자가 양손으로 건반을 치고, 다른 사람이 풀무질을 해 바람을 불어넣었다.
- 포터티브 오르간 : 단어가 보여주듯이 들고 다닐 수 있는 소형의 오르간으로 혼자서 한 손으로 풀무질을 하면서 한 손으로 연주할 수 있도록 고안되어 있다.
- 레갈(Regal) : 혼자 연주할 수 있는 소형 오르간으로 레갈(Regal)이라 부르는 것도 있었는데, 다른 오르간처럼 파이프가 울려서 소리나 나는 오르간이 아닌 클라리넷처럼 리드가 울려서 소리 나는 리드 오르간(reed organ)이다. 건반 뒤에 리드가 1-3개 붙어 있어서 풀무질을 하면서 건반을 누르면 바람이 눌러진 건반의 리드를 통과하며 소리가 났다.
- 바이블 레갈(Bible Rdgal) : 더 작은 레갈이며 책처럼 접어서 들고 다닐 수 있었다.
*70-80년대에 학교나 예배당 등에서 사용되었던 풍금(하모니움 Harmonium)이 레갈(Regal)과 같은 원리로 만들어진 리드 오르간입니다. 풍금은 바로크 시대에는 아직 발명되지 않은 악기였습니다.
오르간은 솔로 악기로서의 레퍼토리도 방대하나, 하프시코드와 더불어 대표적인 지속 저음 악기로도 큰 역할을 하였습니다. 바로크 음악을 연주할 때 관행상 교회음악에 오르간, 세속 음악에 하프시코드를 쓰는 것이 불문율처럼 되어 있어서, 교회 소나타의 경우에는 오르간으로, 실내 소나타의 경우에는 하프시 코드로 지속 저음을 연주합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세속 음악에도 오르간을 사용하는 예가 많아졌습니다. 하프시코드는 뜯어서 소리 내는 현악기이기 때문에 지속음을 낼 수 없는 반면 오르간은 그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곡의 특성상 오르간이 적합한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바로크 시대에는 오페라의 지속 저음 연주 악기로 하프시코드 대신 포지티브 오르간이 선호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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